유명 스타트업 CEO들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출신의 기술적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창업을 꿈꾸다가도, 유명 CEO들의 약력 앞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창업이 꼭 좋은 학벌과 아이디어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창업기를 소개하는 ‘나도 한다, 창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여러분들의 창업에 진짜 도움이 되는 피부에 와닿는 실전 교훈을 얻어 보세요.

황규진 이온폴리스 대표 /이온폴리스

지난 여름 떠들썩했던 수돗물 유충 사태는 깨끗한 물에 대한 소중함을 상기시켰다. 20년 넘는 정수산업 종사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창업해서, 40개국에 수출하는 등 창업 4년 만에 매출 50억원 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온폴리스 황규진 대표를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샤워기 이어 수도꼭지 필터도 성공

이온폴리스는 2016년 1월 설립됐다. 물 관련 제품을 만든다. 녹물제거 샤워기, 비타민 필터 샤워기, 세면대 필터, 수소수기, 가글 필터 워터픽, 수소 미스트, 휴대용 수소수기, 이온수기 등을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비타민 세면대 필터의 외양(왼쪽)과 내장된 코브라 필터 /이온폴리스

샤워기의 손잡이 부분 대신 머리(헤드)부분에 비타민을 넣은 샤워 필터를 국내 최초로 출시해 주목받았다. 비타민을 헤드에 넣으면 타사 제품보다 비타민을 1.5배가량 많이 넣을 수 있다. 수출까지 하면서 최근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했다.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2017년 수출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됐다.

요즘 주력 상품은 올해 초 출시한 ‘K 세면대 필터키트’다. 세면대나 주방 수도꼭지에 부착하는 필터다. 수도꼭지 필터는 샤워기 필터와 비교하면 보급이 아직 덜 됐는데, 수돗물 유충 사태를 계기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낡은 수도관을 통해 수도꼭지로 쏟아지는 수돗물 속 녹과 이물질을 걸러준다.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한다.

이온폴리스 세면대 필터를 장착한 모습 /이온폴리스

이온폴리스는 수도꼭지 필터 등을 국내 15개 업체에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 샤워기, 주방필터, 이온수기 등을 전세계 4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수질이 좋지 않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국내에선 온라인몰(https://bit.ly/3gQpxY2)에서 판매한다.

매년 매출과 고용이 150%씩 급성장하고 있다. 설립 첫해 9억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2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20년 업계 경험 살려 창업

황규진 대표는 20년 넘게 정수산업에 종사했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이온화 시키는 이온수기를 만드는 회사에 오래 근무했습니다. 1년에 10회 이상 해외출장을 다니며 해외 각국의 물 이슈를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유럽이나 동남아는 물 속 석회가 말썽인데요. 석회수로 양치를 하면 치아가 부식되고 음용하면 몸에 좋지 않습니다. 그런 각국의 물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됐죠.”

인천서구청 폴란드-터키 무역사절단 참가 당시 사진/이온폴리스

오랫동안 해외 영업 등을 맡으면서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수소수기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런데 수소수기는 굉장히 고가의 제품이라 경기에 민감하다는 취약점이 있더라고요. 보다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했습니다.”

주력상품을 샤워 필터로 변경했다. “샤워 필터는 수소수기보다 저렴하고 취급 수량이 많아서 안정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간단한 설치만으로 정수효과를 볼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죠. 마침 수돗물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해외 바이어들의 요청이 쇄도해 시장 상황에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왼쪽부터 세디먼트, 비타민 필터 /이온폴리스

◇이중필터로 이물질 걸러, 수도요금도 절약

샤워기 필터에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적용해서 공급하자 회사가 곧 안정화됐다. 이내 다른 고민이 들었다. “샤워기 필터가 많이 보급되면서 시장이 갈수록 포화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력 상품이 필요했습니다.”

샤워 뿐 아니라 양치하고 세수할 때도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세면대 등 수도꼭지용 필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패브릭 필터를 통해 이물질을 거르면서 수압을 높이는 제품이다. 세디먼트 필터와 비타민 필터 두 종류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필터에 난 280개의 미세구멍이 수압을 상승시킵니다. 적은 수량으로도 시원하게 쓸 수 있죠. 이물질 제거는 물론, 수압상승 덕에 물을 덜 쓰게 되니 수도요금 절약 효과도 있습니다.”

세면대에 설치된 비타민 필터 /이온폴리스

제품화 단계에선 디자인과 설치 편의성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필터에 쌓인 이물질이 더러워 보이지 않도록 필터에 컬러 코팅을 입혀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했다. 설치할 때는 렌치로 세면대에 부착된 젠더를 제거한 후 세면대 수전에 맞는 젠더를 선택해서 조립하는 걸로 5분이면 끝난다. 교체 주기는 2~3개월에 한 번이다. “온라인몰(https://bit.ly/3gQpxY2)을 중심으로 반응이 좋아 즐겁습니다. 판매 3만개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나 내년에 오프라인 대형 매장도 입점할 예정입니다.”

◇원스톱 생산으로 경쟁업체와 차별화, 장애인 고용 계속 확대

-수많은 필터 회사가 있는데 어떻게 차별화하고 있나요.

“효율적인 생산 공정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다른 회사는 필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다섯 가지 부품이 필요하다면, 다섯 개의 부품을 모두 다른 공장에서 제작한 후 또 다른 공장을 구해 조립합니다. 자체적인 생산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결국 제품 하나 만드는 데 복잡한 동선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면 우리는 공정의 80%가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집니다. 1층에서 사출, 2층에서 필터를 제작한 후 3층에서 조립하는 식이죠. 원스톱으로 제작하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고 문제 발생시 CS 처리도 신속히 할 수 있습니다.”

인천시 서구 우수기업인 표창장 수여식 기념사진(왼쪽)과 표창장(오른쪽) /이온폴리스

생산 파트에 9명의 장애인 직원을 두고 있다. “신입 직원들의 잦은 이탈로 힘들 때 장애인 직원을 한 분 고용했습니다. 정말 성실하고 묵묵히 일하더군요. 이후 장애인 직원을 적극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직률과 퇴사율이 줄었고, 회사 능률이 크게 올랐습니다.”

적극적인 장애인 채용을 계기로 사회환원에 눈을 떴다. “회사의 몸집과 사회적 책임감이 같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년 간 샤워기 5000개를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습니다. 소비자 가격으로 1억5000만원 정도되는 분량입니다. 인천에서 적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샤워기 2000개를 전달한 적도 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일해 거둔 수익을 사회에 공유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아름다운 가게 협약서(왼쪽)과 인천광역시 품질우수제품 지정서(오른쪽) /이온폴리스

-앞으로 목표는요.

“10월에 제2공장을 오픈합니다. 장애인 직원들이 휠체어를 타고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각종 턱을 없앴죠. 장애인은 더 많이 고용해서 표준 장애인 기업으로 승인받을 예정입니다. 또 생산에 물류를 접목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소량만 자체 배송할 수 있는데, 제2공장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협력사의 물품까지 저희가 커버할 수 있습니다. 물류까지 원스톱 시스템에 포함되면 생산부터 배송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CS에도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로 빨리 성장하겠습니다.”